"다리 다쳤어?"
"조금."
"조금이 아닌 것 같은데."
"괜찮아."
저 멀리 네모난 자판기가 고요한 시선을 보내듯 햇빛을 반사했다.
"그럼 조금 천천히 가자."
내 뒤에 있던 네가 이젠 내 옆에 있다. 나란히 걷다 보니 어느새 눈부신 빛을 반사하는 자판기 앞에 다다랐다. 자기가 사주겠다는 솔방울이 물었다.
"뭐 마실래?"
"사이다."
"나 뭐 마실까?"
"사이다."
피식, 하는 너의 웃음소리가 먼저 들리고, 그다음에 나의 웃음소리가 뒤이어 들린다.
덜컹덜컹 캔 음료 두 개가 나오고 우리는 각자 하나씩 집어 들었다. 치이익, 탄산 새는 소리가 들리며 내 손의 사이다 안에서 물방울이 이리저리 튀어나갔다.
"아악, 다 젖었어."
너의 흰 티셔츠에 새겨진 축축한 물방울들. 끈적하게 얼룩진 내 옷소매. 너와 내 옷에 새겨진 물방울 모양은 비슷했다ㅡ.
캔 음료가 바닥을 드러낼 때까지. 5시쯤의 노을 햇빛이 노랗게 캔을 비출 때까지. 나란히 해안 도로를 걷다가, 천천히 걷다가.
"내일도 올 거야?"
너의 목소리가 퍼졌다.
"왜?"
"그냥."
"나 또 보고 싶어? 그럼 또 올게."
짓궂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럼 보고 싶은 걸로 할게."
솔방울이 내가 내일도 보고 싶다는데, 와야지 뭐 별 수 있나.
너의 그 느린 걸음이 좋았어.
너랑 걸으면 구름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볼 수 있었고,
너의 눈이 반짝이는 순간을 더 오래 볼 수 있었거든.
#글바
#글쓰는_바퀴벌레
+ 💌💌 9화 업로드 완
(8화가 시험준비 때문에 너무 늦어졌네요 ㅜ.ㅜ 미안해요 🥲)
최근 사칭이 생겨 앞으로는 익명 말고 본계로 활동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