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 토요일이지?
내일 만나자. 그 자판기 앞에서.
할 말이 있어. 」
마지막 페이지. 예상할 수 없던 글씨체로 적힌 작은 글귀.
🝐 토요일 아침
오늘도 역시나 따뜻한 열기를 받은 자판기가 고요한 시선을 보낸다. 저 멀리서, 여전히 오른발은 기운이 없이 그저 새하얗고 빳빳해 보이는 옷을 입은 솔방울이 다가온다.
🚲 "··· 책 잘 읽었어. 근데 주인공이 모래 알갱이 일 줄은 몰랐다."
🥠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책이지. 별거 아닌 걸로 마음을 따뜻해지게 하는 이야기니까."
🚲 "··· 있잖아. 모래 알갱이가 바다 깊은 곳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존재지?"
이렇게 가벼운 정적이 흐르는 대화가 좋다.
🚲 "이 모래 알갱이는 ··· 마치 너랑 닮은 것 같아."
솔방울이 바다 깊은 곳이나 절망 깊은 곳에서도 가장 먼저 떠오르기를.
말 없는 너의 웃음에는 마치 그리운 대답이 함께 있는 듯하다. 입을 열지 않고도 공백을 채울 수 있는 너와의 대화.
솔방울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건넨다. 유리병. 솔방울과 함께 바다에 가서 주운 투명한 유리병이었다. 그 안에 곱게 접힌 종이까지.
🚲 "이게 뭐야?"
🥠 "내 이름이 적힌 쪽지. ··· 그때 못 받았잖아."
아ㅡ.
처음 받았던 그 쪽지 모양 그대로였다. 이 안에 진짜 너의 이름이 담겼을까. 어떤 온기로 담겨있을까. 나는 개학을 하고 나서도, 너와 그렇게 같이 다녔으면서도 너의 이름 한 글자도 알지 못했구나. 유리병 안쪽에 다 털어버리지 못한 모래 알갱이가 고이 붙어있었다. 유리병 안에 생긴 작은 모래사장을 보곤 잠시 머뭇거렸다. 마치 바다 냄새가 느껴지는 듯해서.
그렇게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겨우 유리병을 건네받자 솔방울이 말을 꺼냈다.
🥠 "야. ··· 방학 때, 너 만나서 재밌었다."
🚲 "··· 왜 어디 떠나가는 것처럼 말하냐."
솔방울과 나의 웃음이 흩어졌다.
🥠 "그럼 나 갈게."
🚲 "가다가 새똥 맞아."
저주는 거부하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너를 떠나보냈다. 여전히 절뚝이고, 점점 멀어지고, 작아지는 너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건, 꽤 쓸쓸했다.
혼자 남은 해안 도로에서 유리병 안에 담긴 쪽지를 꺼내보았다. 반듯하게 접힌 부분을 쓰다듬어 보았다.
눈부신 햇살에 종이를 비춰보자 몇몇의 글씨가 엿보이는 듯했다.
ㅣ.. ㄹ.. ㅇ..
··· 지금 이름을 봐버려서 그 애와의 만남이 끝나버리면 어쩌지.
솔방울을 다시 만나기 전까진 쪽지를 펼쳐보지 않기로 했다. 오늘이 솔방울과의 마지막 만남이더라도, 왠지 그 애의 이름은 잘 접어 꽁꽁 숨겨둬야 할 것 같았다. 마지막 만남이라 하더라도.
🚲
끝맺음
당신의 여름 이야기에도 솔방울이 떠오르나요
#글바
#바담
+ 💌💌 「네 이름」완결
그동안 많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
다음엔 또 어떤 글로 찾아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