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반팔 티가 바닷바람에 펄럭거렸다.
"왜 우리 동네엔 항구 있는 바다밖에 없는 걸까."
"··· 해변 갈래?"
눈동자가 마주쳤다.
🌊
"오늘 선크림 안 발랐는데.."
모래사장 있는 해변에 온다고 좋아했는데, 막상 뜨거운 햇살을 마주하니 선크림부터 떠올리기 바빴다.
"그냥 놀지 그러냐."
"너무하네."
짧았던 대화를 끝낸 뒤, 파도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다리에 축축한 모래 입자들이 달라붙고, 이내 물살에 쓸려 내려갔다.
바다 밑 푸른 세상을 구경하던 중 머리 위로 물방울이 쏟아졌다. 솔방울이 손에 바닷물을 담고 내게 뿌리는 중이었다. 손으로 물을 가르며 솔방울의 공격에 반격했다.
"아아 휴전 휴전!"
"그러게 솔방울 주제에 나한테 까불지 말았어야지ㅡ"
허리까지 물에 잠긴 옷이 내 움직임에 가볍게 끌려다녔다. 그리고 전해진 다리를 감싸안는 차가운 느낌.
🏖️
너의 젖은 손이 햇빛에 빛났다. 바다를 보고 모래사장에 앉으니, 파도가 발끝에 닿을 것만 같이 올라왔다. 포말 끝에 일렁이는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투명한 유리병.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채 모래만 붙어있었다. 의아해하던 와중, 너의 손이 그 뜬금없는 존재를 집어 들었다.
"유리병이네."
솔방울이 모래를 툭툭 털어내니 영롱한 감이 살아났다.
"바다에 웬 유리병이지?"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데, 내가 가져야겠다."
솔방울이 주머니에 갖다 대자 정말 쏙 하고 들어갔다.
"쪽지 넣으면 예쁘겠다ㅡ"
바다가 붉은색으로 물들어 갈 즈음.
"이제 갈까?"
"그러자."
일어나서 바지에 묻은 모래를 툭툭 털어냈다. 바지를 털다가 또 끙끙거리는 너의 소리를 듣고 손을 내밀었다. 손에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고ㅡ 네가 일어났다.
"아직도 혼자 못 일어나네 ᯓ "
"일어날 수 있거든."
또 웃음기를 머금고 휘어진 너의 눈.
물속에 있으니까 너랑 같은 속도로 걸을 수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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