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1
원래라면 내가 자전거를 타며 가고 있는 이 길은 지금이 아니라 개학날 아침에 가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오늘은 방학식 다음날.
어제저녁부터 도통 사라지지 않는 이 생각. 뭐지? 누구지? 내 친구 중에 이런 필체는 없는데. 나 스토킹 당한 건가?
밤까지 이불 속에서 뒤척이다가 결국 새벽 3시에 일어났다. 책상에 앉아 무드등을 키고 작은 메모지와 샤프를 꺼냈다. 짧은 사각사각 소리가 이어지다가 빈 공간이 많이 남은 메모지를 딱지 모양으로 접었다. 방학식이 끝나고 하교 후에 본 그 쪽지는 모른척하려야 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누가 내 이름을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나도 모르는 사람인데. 무슨 목적으로 나에게 쪽지를 남긴 걸까.
어제 새벽에 적은 쪽지는 빌려왔던 자전거의 바구니 안에 들어있다.
어제 봤던 이 대여점 간판을 하루 만에 다시 보게 될 줄이야. 나는 자전거에서 내려 다시 가장 앞자리에 도로 돌려놓았다. 이러면 내일 아침 바구니 안에 또 다른 하얀 쪽지가 들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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