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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알못의 신갈천 들꽃 산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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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계절

여러분은 길가에 핀 식물들을 보며 얼마나 많은 이름을 떠올리시나요?

저는 식알못(식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입니다. 세상의 모든 식물은 풀, 꽃, 나무 이 세 가지 카테고리로 구분하고, 기껏해야 개나리, 진달래, 장미 등 어린 아이도 알만한 꽃 이름 몇 개 알고 있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동네 산책을 즐기기 시작하면서 주위에 관심을 갖게되고 하나 둘 이전에는 안보이던 것들이, 아니 무관심에 지나쳤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면서 산책 속도는 느려지고 휴대폰 앨범에는 꽃 사진, 하늘, 구름 사진 등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눈 깜짝할 새 흐드러졌다가 눈꽃처럼 흩날린 벚꽃이 가고, 바통을 이어받았던 노란 개나리와 분홍빛 진달래, 그리고 강렬한 철쭉의 잔상까지 연달아 지나고 나면 화려했던 봄의 1막이 내립니다. 꽃들이 다 지고 나면 이제 심심한 초록잎들만 남겠거니 생각했을 때 꽃의 여왕 장미가 등장합니다.

 

울타리를 타고 넝쿨째 피어난 붉은 장미들은 멀리서 봐도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 존재감이 있습니다. 화려하고 도도하게 피어난 장미를 보며, 비로소 봄의 정점이자 여름의 길목에 서 있음을 실감합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쁜, 길가의 작은 주인공들

하지만 요즘 제 산책길의 진짜 주인공은 눈에 띄는 화려한 장미보다는, 발밑에서 조용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 들꽃들입니다. 신갈천을 따라 기흥역에서 구갈레스피아로 가는 산책로에는 돌 틈새, 풀숲 구석, 낮게 내려앉은 둔치 아래,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작은 생명들이 저마다의 속도로 피어나 있습니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흔들리면서도 꼿꼿하게 자리를 지키는 들꽃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묘한 위로와 함께 이젠 제법 익숙해진 신갈천이 거대한 비밀 정원처럼 느껴지는 마법을 경험하게 됩니다.

 

손안의 AI 도슨트와 함께

예전 같았으면 그냥 잡초보듯 눈길한번 제대로 주지 않고 지나갔을 이름 모를 들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느려진 발걸음만큼 바빠진 건 휴대폰입니다. 기껏해야 꽃사진 한 장 찍고 지나치는 대신 AI 검색 기능으로 무슨 꽃인지 알아가는 재미가 생긴 겁니다. 찰칵, 사진 한 장이면 AI가 순식간에 녀석의 이름과 출생의 비밀을 속 시원히 알려주는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줍니다.

 

 

개망초: 생김새 때문에 계란꽃이라는 별명을 가진 개망초는 철도 침목에 묻어 들어온 외래종으로 구한말에 급속히 퍼지며 나라가 망할 때 피어난 풀'이라는 뜻의 '망국초' 또는 '망초'로 불렸다는 설이 있습니다. 이후 망초에 '개(흔하고 쓸데없는)'가 더해져 '개망초'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토끼풀: 신갈천 산책로 곳곳에 지천으로 널린 토끼풀(클로버)을 지날 때면 혹시 모를 네잎클로버를 찾느라 눈이 동그래집니다. 토끼들이 유독 좋아해서 붙은 이름이라는 귀여운 유래와 함께, 흔히 찾는 네잎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지만 우리 발밑에 널려있는 세잎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라는 사실도 AI 덕분에 다시금 깨닫습니다.

 

지칭개

물칭개나물

살갈퀴

노랑꽃창포

 

이름을 알고, 그 안에 담긴 유래와 사연을 귀동냥하고 나면 길가의 풀 한 포기가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어제까지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배경이었던 것들이, 오늘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진 주인공이 되어 그들의 무대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억울한 이름일지언정 제대로 불리지도 못하고 눈길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들꽃이 가엾게 느껴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식알못이어도 괜찮아

초록이 한층 더 짙어지는 이 계절, 저는 오늘도 휴대폰 하나 달랑 쥐고 우리 동네 꽃구경 명소 신갈천으로 나섭니다. 여전히 '풀, 꽃, 나무'밖에 모르는 식알못이면 좀 어떤가요. 손안에는 언제든 답을 알려줄 든든한 AI 가이드가 있고, 길 위에는 언제든 나를 멈춰 세울 준비가 된 작은 들꽃들이 가득한데요.

 

바쁜 일상 속에서 자꾸만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저의 느린 산책은, 당분간 기분좋게 계속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오늘 퇴근길이나 주말에 발밑의 작은 정원을 한번 들여다보시는 건 어떨까요?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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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라니
    답글대야미동

    세심하고고운맘과

    시적이고 또꽂을보는마음이

    함께느껴지도록상상됨을고마움과함께

    그길을거닐고있게되네요

    잘보았습니다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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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링
    답글구갈동

    예뻐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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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eJS
    답글동탄2동

    들꽃 좋네요 ㅎㅎ

    1주 전
  • 프로필 이미지
    JIYE♥
    답글역북동

    들꽃이 예뻐요

    6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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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용이
    답글진접읍

    망포개는 꽃이 피기전에 살짝데쳐서 나물로먹어도 그향기가일품입니다

    6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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