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억..철물점이 문을 닫다니 슬프네요
인터넷에 떠도는
"절대 망하지 않는 업종 1위"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바로 동네 철물점이라고 합니다.
이게 정말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철물점이 망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들어본다면 꽤나 그럴싸합니다.
여러분은 동네 철물점에 손님이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제가 이 동네에서 오래 살았는데, 제 기억으로 철물점을 가본 것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에요.
그것도 대부분 갑자기 나간 전구를 사러 갔던 것 같아요.
전구는 한번 교체하면 몇 년은 쓰잖아요.
제가 얼마나 철물점에 가본 적이 없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ㅋㅋ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의 철물점 이용 경험은 대부분 저와 비슷하지 않으실까 추측해봅니다.
이렇게 손님이 없는데도 동네 철물점이 망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가 보았던 내용에 따르면 동네 철물점은 사실 매장에서 물건을 팔아서 수익을 내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해요.
철물점 사장님들이 돈을 버는 진짜 수입원은 바로 수리나 공사라고 합니다.
철물점 사장님들 정말 만능 해결사들이시잖아요.
변기도 고치시고, 배관도 고치시고, 한겨울에 보일러 고장났을 때 AS가 늦어지면 철물점 사장님들이 고쳐주시기도 하고 전기도 고치시고 방수 공사도 해주시죠.
당장 생활에 큰 불편함이 생겼을 때 철물점에 전화 한 통만 하면
맥가이버 사장님이 후다닥 오셔서 문제를 척척 해결해주시곤 합니다.
사실 매장은 출장 나갈 때 필요한 자재들을 쌓아 놓는 창고에 가깝다고 합니다.
그리고 철물점이 망하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철물점이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보통 우리가 철물점에서 구입하는 물건들은 대부분 '지금 당장' 필요한 물건들입니다.
수도가 줄줄 새고, 화장실 전구가 나가고, 변기물이 내려가지 않는데 온라인으로 부품을 구입하고 택배 배송을 기다릴 수는 없잖아요.
그럴 때는 철물점으로 달려가는 것이 최고지요.
그리고 온라인으로 구입하는 부품들은 개당 가격은 저렴할 수 있지만 대량 구매를 해야 할 때가 많지요.
한두 개만 있으면 될 부품은 철물점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입니다.
게다가 철물점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은 썩거나 변하는 물건들이 아니지요!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동네 철물점은 오랜 시간동안 동네의 터줏대감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라고 합니다.
사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철물점은 왜 망하지 않는가'가 아닙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던 우리 동네 철물점이 최근에 문을 닫은 것에 충격을 받아서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지요.
위에서 말했듯 이 동네에 살면서 손에 꼽을 정도로 가끔씩 들르는 가게였지만
막상 가게가 휑하니 비어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너무 이상하더라고요.
마치 동네의 한 부분이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요즘 '임대' 현수막이 붙은 상가 공실이 정말 많지요.
한 때 사람들로 북적이던 상가가 몇 달 동안 비어있는 경우도 있고
새로운 가게가 들어오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 금방 공실이 되더라고요.
장사가 꽤 잘되던 레터링 케이크 가게가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김밥 가게로 바뀌어서 놀란 적도 있어요.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폐업'과 '공실' 그리고 '임대'라는 단어가 익숙한 풍경이 되어 버렸습니다.
저는 경제학이나 사회학 전공도 아니고 부동산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기 때문에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사회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내용을 다루지는 못하겠지만
이 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한 사람의 동네 주민의 시선에서 이 글을 써내려 가보고자 합니다.
제가 어릴 때는 한번 들어온 가게가 금방 나가는 일은 거의 없었어요.
동네마다 오래된 중국집이 하나 씩은 꼭 있었고
초중고 시절 내내 참새가 방앗간 들르듯이 다니던 떡볶이집도 있었어요.
미용실은 동네 아주머니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가게가 오래 되다 보니 사장님과 손님이 가족처럼 지내는 일도 흔한 풍경이었죠.
하지만 요즘은 이런 풍경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새로운 가게가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금방 또 다른 간판으로 바뀌고,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가 공실이 되어서 임대 현수막이 붙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됩니다.
대체 이런 일은 왜 생기는걸까요?
아마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일 것입니다.
과거에는 물건을 사기 위해서는 매장을 방문해야 했지만 요즘은 이커머스가 오프라인 매장의 역할을 완벽하게 대신하고 있지요.
심지어 집이나 차량 같은 초고가의 물건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시대니까요.
여기에 임대료와 인건비, 끝없이 오르는 원재료 가격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자영업자들의 부담은 나날이 커져갔을 것입니다.
새로 입점한 매장의 경우 인테리어 비용 등 이미 투자한 비용이 적지 않았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초기 투자비용을 포기할만큼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것도 한 몫 하는 것 같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탕후루 가게가 엄청나게 생겨났었지만 최근 몇 달 동안은 탕후루 가게도, 탕후루를 찾는 사람도 저는 만나지 못했습니다.
어렵게 창업을 했더라도 변화하는 소비자의 취향을 따라가지 못하면 생존이 불가능한 시대가 된 것이지요.
물론 트렌드의 변화 자체는 나쁜 현상이 아닙니다.
몇 십년 전 동네마다 있었던 비디오 대여점이나 만화책 대여점은 이제는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지만
OTT 서비스와 웹툰이라는 새로운 대형 문화 산업을 만들어냈지요.
소비자들이 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무인 매장이나 공유 오피스라는 문화도 생겨났고요.
문제는 공실이 너무 많고 오래 지속된다는 점입니다.
저희 회사 근처에 브랜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큰 상가가 생겼습니다.
입주가 시작되었을 때 그 아파트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동료들까지 괜히 들떠서 이런 이야기를 했었어요.
"맛집이 들어오면 좋겠다, 프렌차이즈 까페 말고 예쁜 동네 까페가 들어오면 좋겠다." 하고요.
하지만 입주를 한지 3년이 지나도록 입지가 좋다고 하는 1층 자리도 절반 가까이 여전히 공실입니다.
이 곳 뿐만 아니라 야심차게 신도시를 계획했던 다른 지역도,
몇 년 전에 완공된 서울 모 지역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신축 상가도,
예상치를 훨씬 밑도는 입점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실이 늘어나면 단순히 건물주만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닙니다.
비어있는 점포가 많아질수록 거리의 활기는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유동인구는 감소하죠.
이로 인해 남아 있는 가게들도 매출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내가 사는 동네 전체의 분위기까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지요.
다행히 최근에는 공실 상가를 임시 팝업스토어로 활용하기도 하고 공유 오피스 등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서울을 비롯한 몇몇 지자체에서는 상가 의무비율을 폐지하려는 움직임도 눈에 띄고요.
쓸쓸해 보였던 임대 현수막이 붙은 공간에 다시 불이 켜지고 생명력은 얻는 모습을 보면 괜히 반가운 마음도 듭니다.
시대의 변화는 막을 수 없지요.
너무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경제 사정 또한 한 두가지만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고요.
어쩌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상가 공실 문제도
이러한 변화의 과정 속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현상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이번에 폐업을 한 철물점을 보며 느낀 점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오가고, 가게에 불이 켜지고, 골목에 활기가 넘치는 풍경은 생각보다 소중하다는 것입니다.
몇 년에 한 번 전구를 사러 가던 철물점이 사라지고 나니 그 자리가 생각보다 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우리가 무심코 매일 스쳐 지나가는 동네 가게들도 마찬가지죠.
그곳에 있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져서 잘 보이지 않았을 뿐 오랫동안 우리 동네의 풍경을 만들어 온 구성원이었으니까요.
부디 경제 침체가 해소되고 공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대책들이 나와서
지금 비어 있는 이 공간들이 너무 오래 방치되지 않고 새로운 주인을 만나 다시 불을 밝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ユキ
용상동1주 전 - coco
평창동철물점 필요하죠~~!!!
1주 전 - 바보
물금읍오늘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마치 르포 기사 같기도 하고 수필, 에세이 같기도 합니다. 철물점 이야기를 시작으로 동네 상권과 공실 문제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해 주시니 ,평소 저도 우리 지역 상권과 공실 문제에 관심과 걱정이 많았던 터라 깊이 공감 되었습니다.
평소에 당연하게 거기 있을 거라 여기던 가게들이 사라지고 나서야 그 존재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는 말씀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네의 풍경과 사람들의 추억을 함께 만들어 온 장소였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되네요.
시대의 변화는 피할 수 없겠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불이 켜진 가게와 사람들이 오가는 골목의 활기는 우리 삶에 생각보다 큰 가치를 주는 것 같습니다. 비어 있는 공간들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 다시 생기를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에 저도 많이 공감합니다.
1주 전
호랑이기운
서초2동철물점 없어지다니... 유일하게 하나 있었는데 아쉽습니다
1주 전- 안고마비
주약동요긴한 곳인데 아쉽겠어요
1주 전
노영순
주약동글도 좋고 댓글도 잘 읽었습니다
1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