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지형적 한계와 급격한 도시화로 인한 침수 위험을 명쾌하게 짚어주셨습니다. 인간이 자연재해를 완벽히 막을 수는 없겠지만, 빗물받이를 비워두는 작은 실천이 하수관로의 배수 용량을 확보하는 열쇠가 됨을 배웁니다. 올해의 장마에도 폭우가 오는 날이 많을텐데 그 폭우 속에서도 안전한 여름을 나기 위해 모두가 꼭 읽어야 할 훌륭한 글입니다.
여러분은 비가 억수같이 퍼붓던 2022년도 8월의 이 사진을 기억하시나요?
눈물 나게 슬프고 위험한 상황이지만 침수된 차량 위에 앉아 핸드폰으로 현장 상황을 촬영하며 차량 위에서 침착하게 기다리고 있던 한 남성의 사진이요.
이 사진은 서초동 현자라고 불리며 한동안 장마철을 상징하는 밈(meme)이 되었지요.
저는 이 근방에서 오래 살았어요.
1990년도 서울 대홍수 때, 사람들이 떠내려 온 신발장 같은 것을 땟목처럼 타고 다녔던 장면이 아직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남아 있고요.
제가 사회 초년생이 되었던 해에도
아침에 출근할 때는 지하철역이 멀쩡했는데, 퇴근할 즈음에 지하철역이 침수되었다는 뉴스를 듣고 처음으로 회사에서 잠을 잤던 기억도 나네요.
예전부터 서초와 강남 일대는 장마철마다 침수가 잘되기로 유명합니다.
뉴스 기사 작성 날짜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해마다 반복되는 침수를 막기 위해 여러 가지 대책을 세우고는 있지만
장마 때마다 어김없이 침수 피해와 인명 사고가 났습니다.
이 일대가 장마철마다 침수가 잘 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는 이 동네의 지형적 특징 때문입니다.
강남의 지형은 대야 모양처럼 생겼습니다.
강남역 일대는 주변보다 지대가 많이 낮아요.
예전 뉴스에서 나왔던 내용에 따르면 강남역은 주변 일대보다 고도가 거의 2배 정도 낮다고 합니다.
그래서 비가 오면 강남역 사방에 있는 양재역, 서초역, 신사역, 역삼역에 내린 비가
강남역 일대로 내려와서 고이게 되죠.
또 다른 이유는 급격한 도시화 때문입니다.
이 지역은 아스팔트로 뒤덮여 있지요. 아스팔트는 물이 흡수되는 것을 방해하고요.
한꺼번에 쏟아진 폭우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때문에 지하로 스며들지 못하게 되니 결국 홍수가 날 수 밖에 없지요.
마지막으로 이 지역에는 빗물 배수 펌프장이 부족합니다.
서울에 다른 지역은 하천을 따라서 빗물 배수 펌프가 꽤 많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강남, 서초 일대는 다른 지역보다 빗물 배수 펌프장이 현저히 적어요.
음... 사실 이 문제는 좀 창피해서 말하기 부끄러운데
10여 년 전에 상습 침수 구간에 빗물 배수 펌프장을 설치하려고 했다가 주민들의 반대로 난항을 겪은 적이 있어요.
선정 부지가 초등학교 바로 앞이었는데 악취 뿐만 아니라 아이들 등하교시 위험하다는 이유였죠.
사실 저는 그때도 건립 반대 여론 이해가 잘 되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 문제는 저의 깜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포괄적 사회 문제이기 때문에
이 정도로만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이유로 매년 장마철마다 강남, 서초 일대는 침수 피해를 겪고 있답니다.
2022년 대재난급 침수를 겪고 난 뒤 저는 장마철 즈음이 되면 하는 습관 같은 것이 생겼어요.
지나가면서 도로 빗물받이를 스윽 들여다 보는 것이지요.
빗물받이는 쓰레기통이 아닌데도 정말 많은 쓰레기들이 들어가 있어요.
가장 많은 것은 역시나 담배꽁초고요. 그 외에도 아이스크림 막대기, 비닐봉지 등등 각종 쓰레기들이 빗물받이 주변과 내부에 버려져 있습니다.
평소에는 이런 쓰레기가 큰 문제는 되지 않지만 장마가 시작되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각종 쓰레기들이 빗물에 떠밀려 하수구를 막아버리니까요.
빗물이 빠져나가야 할 길이 막히니 도로에는 금세 물이 고이게 되고
보행이나 차량 통행의 불편함을 넘어서 침수까지 되어 버리는 것이지요.
2022년 침수 때 서초동 현자 이외에도
강남역 슈퍼맨이라는 사진이 이슈가 되기도 했었죠.
폭우로 침수된 강남역 한복판에서 한 시민이 빗물받이 덮개를 열고 맨손으로 낙엽, 전단지, 비닐, 페드병 등의 쓰레기를 맨손으로 치워서 빗물이 빠져나갈 수 있게 했던 것이지요.
이 분 덕분에 종아리까지 차올랐던 물이 금세 빠져서 주변에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분 이후로도 여러 명의 슈퍼맨이 나타나서 선행을 보여주셨다는 훈훈한 일화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자체에서도 장마철 전에 빗물받이 정비를 더 철저히 하기 시작했고요.
해마다 반복되는 피해를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박수 칠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무심코 버렸던 쓰레기가 여전히 큰 피해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래도 올해 들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점은 도로를 지나며 수 없이 보게 되는 빗물받이 10곳 중에 6~7곳은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작년까지는 정리된 빗물받이를 보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빗물받이 덮개 안쪽에 그물망을 설치한 곳도 눈에 많이 띄더라고요.
그물망을 설치하면서 청소는 더 쉬워지고 빗물받이 안쪽으로 빠지는 쓰레기도 많이 줄어들겠지요.
물론 빗물받이가 잘 정돈되어 있다고 해서 침수의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잘 준비했다 해도 자연의 힘은 상상 이상으로 거대하니까요.
하지만 우리의 노력으로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빗물받이는 평소에는 존재조차 잘 의식하지 못하는 시설이죠.
저도 장마철에는 관심 있게 바라보지만 그 외 계절에는 잊고 지내거든요.
하지만 의식조차 하지 않았던 이 시설은 수 많은 사람들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사실 엄청 대단한 일은 아닙니다.
✅️쓰레기를 빗물받이에 버리지 않는 것
✅️장마철에 내 집 앞 빗물받이를 막아두지 않는 것
이 정도로 아주 작고 사소한 일들이죠.
올해도 예년과 비슷하게 6월 하순부터 한 달 간의 장마 기간이 예상된다고 합니다.
부디 이번 장마철에는 '서초동 현자'나 '강남역 슈퍼맨' 같은 사진이 다시 화제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마음 아픈 사고 기사도 보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장마철에도 걱정 없는 깨끗하고 안전한 우리 동네를 위해 모두의 작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바보
물금읍2주 전 - 설동인
효성1동담배 피우는 것까지도 좋은데 꽁초는 가져가야지. 탄피 반납하듯.
참고로 저는 꽁초 절대 안 버리고, 불똥만 확실히 끄고 갑 속에 수거합니다만...
1주 전
워니
모현읍좋은 분들이 많으시네요
1주 전- DWA
금왕읍좋은 분들이 많이 계셔서 살기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하나봐요~
6일 전
Juhee
양재1동깨끗한 동네 원해요
4일 전- 봄날처럼
불당동많이 분들의 노력이 필요하겠네요.
3시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