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건설 경기가 정말 어렵다고 합니다.
자재비 상승과 인건비 부담, 부동산 시장의 침체까지 겹치면서
짓고 있던 건물 공사가 중단되는 현장이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도 대금 미지급으로 공사가 중단되고
무시무시한 빨간 글씨로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는 현장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자주 지나다니는 곳에도
거의 다 지은 상태인데
대금 미납 문제로 방치되어 있는 건물이 있어요.
처음 땅을 다지고 건물을 올릴 때는 당연히 가설 방음벽이 설치되어 있었어요.
건물을 다 올라가고 가설 방음벽이 철거된 뒤 대금 미납 문제가 생긴거죠.
주변이 잘 정돈되어 있으면 미관상 보기 좋지 않아도 그러려니 할텐데
제대로 정리가 되어 있지 않아서 위험해 보여요.
특히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사진처럼
어김없이 안전 펜스가 쓰러져 있더라고요.
안전 펜스가 서로 묶여 있으니 한개가 쓰러지면 다른 펜스들도 우르르 같이 무너집니다.
이런 방치 문제는 미관상의 문제를 넘어서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지요.
공사 구간이 보행로와 바로 맞닿아 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데
안정적이지 못한 구조물이나 정리되지 않은 자재들은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니까요.
바람이 많이 불던 계절에는 안전 펜스가 너무 위험해 보여서 지자체에 민원을 넣기도 했어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 건축물은 사유 재산이고
✔️ 건축주와 시공사 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문제이니 지자체에서 당장 무엇을 할 수 있겠어요.
그나마 다행인 건
관리하는 사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지
안전 펜스가 넘어갈 때마다 나무에 끈을 달아 고정 시키기도 하고
케이블 타이를 여기 저기 감아두는 등
하나 씩 조치가 늘어나는 게 보이기는 해요.
이런 모습을 보니 저도 더 이상은 민원을 넣을 수가 없더라고요.
이 건물은 작년 여름부터 공사를 멈추었어요.
아직도 생각납니다.
그 더운 여름에 인부들이 공사 현장에 나와서 자리를 지키고 계시던 모습이요.
현장용 대형 선풍기를 틀어 두고
건물 그늘 밑에 계시기는 했지만
한 여름의 뜨거운 공기를 막아주는 곳 하나 없는 멈춰버린 현장을 지키며
몸도 마음도 얼마나 지치셨을까요.
어려워진 경기로 인해
누군가는 정당한 대금을 받지 못하고,
누군가는 입주해야 할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발만 구르고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이렇게 위험한 거리를 지나다니며 불편과 불안을 감수하고 있겠죠.
또 누군가는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내용에 대한 불만을 계속해서 들어야만 했을거고요.
공사가 중단된 이 현장은
너무 많은 사람들의 삶에 서로 다른 형태의 어려움을 남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곳을 지날 때면 위험해 보인다는 생각 뿐만 아니라
쉽게 풀리지 않을 현실의 무게가 느껴져서 참 마음이 아프고 씁쓸해집니다.
우리나라 법률에는
[공사중단 장기방치 건축물의 정비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마련되어 있어요.
간단하게 설명하면
짓다가 만 채로 2년 넘게 방치된 건축물로 인해 발생하는 안전 문제와 도시 미관 훼손, 주민 불편 등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에요.
지자체는 방치된 건물을 조사하고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철거, 공사 재개, 안전조치 등을 추진할 수 있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건축주와 시공사간의 권리 관계가 복잡해서 빠르게 처리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합니다.
제가 사는 곳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공사가 중단된 건물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2022년 말 기준으로 전국에 장기 방치된 건축물은 총 286곳이고
이 중에 169곳은 공사가 중단된 지 15년이나 지난 건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건설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부도가 난 건설사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이니
앞으로도 방치되는 건축물은 더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네요.
이 문제는 쓰러진 안전 펜스가 불편하고 보기 좋지 않다는 생각에서 멈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공사가 멈춘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 공간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야 하니까요.
어쩌면 당장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당장에 어려운 경제 상황을 해결할 수도 없고
여러 가지 이해 관계가 얽힌 상황이 즉각적으로 해소되기도 어려울테니까요.
하지만 최소한
더 큰 위험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람들이 불편과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노력만큼은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이 건물이 다시 공사를 이어가고
누군가에게 일상적인 삶의 공간으로 완성되는 날이 오기를 바라봅니다.
작성자 그루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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